11월 22일 김치의 날
김치는 참으로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밥상 위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음식이다. 그러나 예전, 해외로 나간 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치의 존재가 때때로 이방의 눈총을 불러오기도 했다. 유독 강한 향 때문에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그 냄새 때문에 항의나 시비를 당하기도 했다.
김치 냄새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던 시절, 우리는 그저 속으로 삼키며 김치를 숨겨 먹어야 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변했고 시대는 흐르면서 김치의 가치는 오히려 더 또렷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지금 세계는 김치를 ‘냄새나는 음식’이 아니라 ‘건강한 발효문화’로 인정하고 있다.
2020년 대한민국은 김치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며 김치의 문화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11월 22일, 그 의미 또한 깊다. 하나하나의 양념이 모여 김치의 맛을 이루듯, 채소와 발효의 조화가 모여 스물두 가지의 효능을 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마치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닮았다. 각자의 성정과 재능은 다르지만 서로가 모여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그 사회가 다시 나라의 품격을 세우는 법이다.
그런 김치가 이제는 대서양을 건너고 태평양을 넘어 세계 무대의 중앙에 우뚝 섰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하고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한때 김치를 멀리하던 나라에서 이제는 김치 페스티벌을 열고, 김치의 매운 맛에 열광하며, 발효의 지혜에 감탄한다.
국력의 신장은 단지 경제 규모의 숫자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음식과 언어, 문화와 정신이 세계 속에서 존중받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력의 증거인지도 모른다. 김치가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고, 한국어가 세계인의 귀에 자연스럽게 울리는 이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묵묵히 지켜온 문화의 힘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쌓아온 결실이다.
나는 때때로 생각한다. 언젠가 한국어가 세계 공통 언어처럼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쓰이는 날이 오지 않을까. K-컬처의 바람은 이미 음악과 영화, 음식과 예술을 넘어 사람들의 사고방식에까지 스며들고 있다. 그 속에 담긴 정신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서로를 이롭게 하며 세상을 넓게 품자는 오래된 철학, 바로 홍익인간의 정신이다. 그 정신이 김치라는 한 그릇 안에도 조용히 담겨 있는 듯하다. 자연을 해치지 않는 재료와 세월을 기다리는 발효, 그리고 나눔의 마음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그저 김치를 만들고 먹는 가운데 문화를 지켜왔고, 그 문화는 어느새 세계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스스로 그 가치에 더 큰 자부심을 품고, 나아가 세계 속에서 더 넓게, 더 깊게 한국의 정신을 펼쳐가는 일이다. 김치의 날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그런 생각을 되뇌곤 한다. 김치가 그러했듯, 우리도 작은 마음 하나하나를 모아 더 큰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김치의 한 조각에도 시대가 녹아 있고, 민족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한국인이 앞으로 나아갈 길도 숨어 있다. 세계가 함께 즐기는 김치처럼, 한국의 문화와 언어도 머지않아 세계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을 위해 나는 오늘도 마음을 다져본다. 발벗고 홍익인간의 세상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걸어가자고. 김치의 깊은 맛처럼 우리 민족의 정신도 세월 속에서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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